미얀마 양곤에서 한 달 살기: 깊은 바닷속 같은 양곤

여행, 어디까지 가봤니? 2018.08.10 17:12

미얀마 양곤에서 한 달 살기: 깊은 바닷속 같은 양곤

<수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찾는 미얀마 최고의 랜드마크, 쉐다곤 파고다>


미얀마 양곤 국제공항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미얀마인들은 정말 친절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여기저기서 서로 나의 짐을 들겠다고 아우성이기 때문이다. 괜찮다고 해도 요지부동. 어느새 내 짐은 그들 손에 들려 있고, 마치 자신들의 짐인 양 소중하게 게이트 밖까지 모셔다(?) 준다. 그런데 반전은 여기서부터. 고맙다고 하고 짐을 받으려는 순간, 그들은 정색하고는 엄지와 검지를 둥글게 말아 내민다. 그것은 바로 돈을 달라는 것이다. 


<석가모니 시절 원형 불교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미얀마의 딱밧 행렬>


뒤죽박죽인 것처럼 다가오는 첫인상

인구의 90%가 불교도인 불교 국가 미얀마. 특히 불교 초창기 부처님이 행한 딱밧(탁발) 수행을 아직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이른 아침이면 이 행렬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순수한 사람들이 살아 돈 같은 물질적인 것은 탐하지 않는 나라라고 생각했던 그 나라에서 처음 마주한 것이 돈의 맛을 아는 호객꾼이었던 것이다. 물론 모든 미얀마인이 돈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곤 공항에 내리자마자 실로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 운전사들. 미얀마에서 택시를 타려면 기사와 요금 협상을 해야 한다.>


여기에 동남아시아 방문이 처음이라면 양곤 공항에서 반겨주는 뜨거운 태양도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느낌일 것이다. 선선한 날이라고 하더라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를 구경하기 어려운 열대성 기후. 사실 느껴보기 전에는 막연하게 ‘덥다’라는 정보뿐이지만, 피부를 당장이라도 태울 듯한 뜨거운 햇볕을 받아보면 방문객을 반긴다고 하기에는 너무 격한 환영으로 느껴진다. 이런 햇볕을 이겨내는 미얀마인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정도로 뜨거운 태양. 그러나 그늘은 냉장고에 들어선 것처럼 선선하고 쾌적하기까지 하다. 같은 공간이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미얀마다.


<아라비아 숫자가 병기된 버스. 한국에서 가져온 버스는 도색 없이 사용되고 있어 노선 번호가 헷갈릴 때도 있다.>


다른 측면에서,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전혀 다른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택시 요금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되는데, 택시 기사와 손님이 줄다리기하는 모습이다. 줄다리기 끝에 합의된 금액이 나오면 승차하는 택시 문화. 미터기가 있는 우리나라 택시와 느낌이 다르다. 특히 대부분 일본에서 넘어온 중고차다 보니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어 운전기사와 거의 얼굴을 맞대고 협상이 가능한 점도 흥미롭다. 참고로 미얀마 도로는 우측통행이지만 철도는 좌측통행을 하는 형태로, 우리나라와 통행 방향이 완전히 일치한다. 그런데 도로에는 일본 차들이 그대로 넘어와 베테랑 운전자라도 쉽게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같은 도로를 운전하더라도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는 것과 왼쪽에 있는 것은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천지 차이이기 때문이다.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최신식 쇼핑몰, 정션 시티.>


조용히, 그러나 급속하게 변화하는 오늘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미얀마 국내 통신망을 개통할 수 있다는 점도 예상외의 모습이다. 휴대폰을 벗어난 일상을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여행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지역 통신망의 개통이다. 보통 외국인이라면 신분 확인을 시작으로 수많은 서류를 작성하고 또 사인을 해야 그 나라 통신망을 개통할 수 있다. 그런데 미얀마는 복잡한 절차가 전혀 필요 없다. 그냥 미얀마 자국 통신사의 유심카드만 사용하던 휴대폰에 꽂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불 요금제라 위약금도 필요 없고 약정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유심카드도 우리 돈으로 1,500원 정도면 살 수 있으므로 번호를 여러 개 개통해도 금전적인 부담이 없다. 물론, 인터넷 이용 요금 또한 상당히 저렴해 와이파이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영향인지 미얀마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SNS를 더 자주, 더 광범위하게 활용한다. 폴더폰도 제대로 사용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바로 4세대 스마트폰으로 넘어와 그것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놀라운 발전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양곤의 중심, 슐레 파고다가 보이는 미얀마 시내>


이처럼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나라였지만 미얀마 경제 수도 양곤은 불과 1~2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도심의 대규모 현대식 쇼핑몰을 비롯해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까지 하루가 다르게, 소위 ‘LTE급’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버스 체계가 아닌가 싶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양곤 시내 정류장은 거의 유명무실해 아무 곳에서나 버스가 지나갈 때 손만 흔들면 급정차해 손님을 태웠다. 그리고 예전 서울 시내버스와 마찬가지로 같은 노선이라도 운행 회사가 달라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고 위험하게 추월을 일삼아 도로의 시한폭탄이던 버스다.


물론, 더운 나라이기 때문에 출입문과 창문을 모두 열고 다녀 추락의 위험까지 있었다. 게다가 승객이 터질 듯 꽉 차고 소매치기 사건까지 빈번해 웬만해서는 버스를 타지 말라는 충고까지 들었었다. 그런데 이제 그 버스가 놀랍게도 우리나라 시내버스를 보는 것 같다. 노선도 재정비했고 자동문에 에어컨까지 빵빵하게 틀어줘 쾌적하다. 그리고 정류소가 아니면 더 이상 정차하지 않는 데다가 다음 정류소에 대한 안내 방송도 해준다. 또한 카드 단말기를 설치한 버스도 등장해 마치 한국에서 버스를 타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단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여전히 레이싱하듯 엎치락뒤치락하는 위험한 운전 행태는 아직 미흡한 미얀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가 아닌가 싶다.



<미얀마의 파고다는 기도 공간이면서 놀이 공간이며, 산책 공간이 된다. 이렇게 다양하게 변하는 용도 중 돋보이는 것은 ‘데이트 공간’이 아닐까.>


수행의 장소이자 사랑의 현장인 파고다

미얀마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불교 사찰인 파고다이다. 원래 ‘탑’이라는 뜻의 파고다는 미얀마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이 파고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사찰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선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숙’이 암묵적인 원칙인 우리나라 사찰과 달리 미얀마 파고다는 옆 사람의 이야기도 전혀 들리지 않을 만큼 소란스럽다.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파고다 주변에서 살다 보면 새벽부터 거대한 스피커를 통해 경전을 낭독하는 큰 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 퍼지는데, 놀랍게도 그 누구도 시끄럽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그 소리에 맞춰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는 다양한 종교가 한데 어우러진 나라에서는 결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렇게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낭만을 찾을 수 있다. 파고다 아래 나무 그늘에서는 젊은 남녀의 밀애 장면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데이트 장소가 많아졌지만 놀 공간이 부족했던 예전의 미얀마에서는 혈기 왕성한 청춘들에게 파티장에 온 것 같은 분위기의 파고다만큼 좋은 연애 장소가 없었던 것이다. 미얀마인에게 파고다는 단순히 수행 장소가 아니라 다목적 장소인 셈이다. 그러나 외국인은 들어가는 것조차 힘겨울 수가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독특한 문화 때문이다. 한낮의 태양에 한껏 뜨거워진 콘크리트나 돌바닥을 신을 신고 걸어도 더위에 쓰러질 것 같은데, 맨발로 그 불구덩이 같은 곳을 밟으며 걷는 것은 고통을 견뎌내는 수행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미얀마인들은 그 뜨거운 바닥이 워낙 익숙해서인지, 불심의 힘 때문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다닌다.


선로를 서슴없이 건너는 사람들.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주요 역마다 경고문이 붙어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얀마, 그 중심에 자리한 양곤. 양곤을 비롯한 미얀마 도시들은 알게 모르게 기지개를 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깊은 바닷속 모습과 같이 멀리서 보기에는 전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엄청난 조류가 지금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거칠게 흐르고 있다. 그곳에서 살아남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조류 방향을 잘 탈 때, 비로소 미얀마에서 빛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도 많은 사람이 조류의 방향을 찾기 위해 미얀마 현지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글·사진_ 박준한

남들과는 다르게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청년. <굿모닝 미얀마> 저자.

★기사제공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http://skynews.kr)


Posted by 대한항공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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