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 시티의 반전, 찬란한 여름의 맛: 시애틀

여행, 어디까지 가봤니? 2018.07.31 11:18

레인 시티의 반전, 찬란한 여름의 맛: 시애틀

유니언 호숫가 개스 웍스 공원에서 바라본 시애틀 시내. ⓒShutterstock_marty_pb

 

수시로 비가 내려레인 시티(Rain City)’로 불리는 시애틀이지만 7월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여름날의 시애틀은 비 갠 후 떠오른 무지개를 닮았다. 태양빛을 한껏 머금은 붉은 베리, 푸른 퓨젓만에서 잡아 올린 오이스터, 갓 뽑은 금빛 크래프트 맥주는 미국 북서부 항구 도시가 보여주는 찬란한 여름의 맛이다.


여행자를 설레게 하는 그곳,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내 ‘메츠커 맵’


시애틀은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아마존의 본사가 자리 잡은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도시다. 또한 4,000m가 넘는 설산이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호수와 바다로 둘러싸인 청정 지역이다. 그 덕분에 다채롭고 풍부한 식재료, 창의적인 레시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소비자가 만나 독자적인 음식 문화를 형성했다. 골목마다 숨어 있는 로컬 맛집, 개성 있는 커피와 디저트, 소규모 양조장을 찾는 즐거움은 시애틀 여행의 진면목. 늦도록 해가 지지 않는 여름날이라면 맛있는 하루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시애틀을 대표하는 명소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그리고 시장의 상징과도 같은 네온 간판. ⓒShutterstock_cdrin 


도시의 아침을 여는 시애틀의 주방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은 하루의 시작과 함께 가장 분주한 곳이다. 1907년 문을 열어 지역에서 생산한 각종 농수산물과 수공예품, 맛집이 집결된 재래시장이다. 110년에 걸쳐시애틀라이트(시애틀 사람)’의 삶과 문화가 녹아들어시애틀의 영혼이라 불리며, 그 유명한 스타벅스 1호점도 이곳에 있다. ‘퍼블릭 마켓(Public Market)’이라고 적힌 대형 네온사인이 이곳의 상징. 시장은 여러 동의 건물과 그 사이로 난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메인 아케이드에서는 인부들이 힘찬 구호에 맞춰 팔뚝만 한 생선을 던지고 받는다. 이 지역 특산물인 달콤한 살이 꽉 찬 던지니스 크랩, 얼음 위에 수북한 조갯살, 고운 빛깔의 연어가 식욕을 자극한다.


바다를 끼고 있는 시애틀에서 식도락의 시작은 누가 뭐라 해도 다양한 해산물 요리다. ⓒShutterstock_Luoyu Yang


꼭 맛봐야 할 것은 시애틀의 명물, ‘파이크 플레이스 차우더(Pike Place Chowder)’의 클램 차우더다. 고소하고 크리미한 수프에 식감 좋은 조갯살이 아낌없이 들었다. 미국 최고의 클램 차우더로 뽑힌 적이 있으며 튼실한 랍스터 롤, 비스크를 곁들이면 든든한 한 끼 식사다. 으슬으슬 비 내리는 날, 따뜻하게 몸을 녹여주는 클램 차우더는 감동적이다. 러시안 파이 전문점피로시키 피로시키(Piroshky Piroshky)’도 지나칠 수 없다. 부드러운 페이스트리에 상큼한 시나몬 애플, 풍미 좋은 버섯 등 다양한 재료가 올라간다. 수제 치즈 전문점비처스 핸드메이드 치즈(Beecher’s Handmade Cheese)’에선 유리 너머로 치즈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좀 더 근사한 식사를 원한다면 이탤리언 레스토랑더 핑크 도어(The Pink Door)’를 방문하자. 간판도 없이 골목 벽에 난 핑크색 문을 찾아 들어가지만, 시애틀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 중 하나다. 화이트 와인, 마늘, 칠리와 함께 조개를 듬뿍 넣은 봉골레 파스타가 대표 메뉴.


미국 최고의 맛으로 뽑힌 클램 차우더를 파는 ‘파이크 플레이스 차우더’


시장에는 볼거리도 가득하다. 극장 매표소 앞에 줄을 선 관객들이 씹던 껌을 붙이며 명소가 된껌 벽(Gum Wall)’, 각양각색의 세계지도와 여행 서적을 판매하는메츠커 맵(Metsker Maps of Seattle)’ 등은 볼수록 매력적이다. 네온사인에 아련하게 불이 들어오는 해 질 녘도 낭만적이다.


여러 영화의 배경으로도 등장한 명물인 선상 가옥이 늘어서 있는 유니언 호수의 한가로운 오후 풍경. ⓒShutterstock_Hdc Photo 


에메랄드 시티의 아주 특별한 점심

여행지에서 삼시 세끼는 단순한 끼니 이상이다. 테이블 앞에서 만나는 도시의 한 장면이다. 그래서 무엇을 먹느냐만큼 어디에서 무엇을 바라볼지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름다운 산, 호수, 바다로 둘러싸여에메랄드 시티(Emerald City)’로 불리는 시애틀에선 선택지도 다양하다.


스타 셰프들이 활약하는 시애틀 레스토랑의 요리. 감각적인 비주얼이 식욕을 자극한다.

달콤한 살이 꽉 들어찬 시애틀의 특산물, 던지니스 크랩


호숫가의 낭만을 원한다면 유니언 호수(Lake Union)로 가자.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톰 행크스의 선상 가옥이 있던 곳. 호수 남쪽으로 아마존 본사가 들어서며 혁신적인 레스토랑과 카페가 빠르게 늘었다. 호숫가의듀크 시푸드 앤 차우더(Duke’s Seafood and Chowder)’에선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시애틀 차우더상을 수상한 클램 차우더, 알래스카산 연어와 대구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칵테일도 호평을 받는데 해장술의 대명사인 블러드메리가 인기. 항구 도시의 매력에 빠졌다면 엘리엇만에 맞닿은 워터프런트가 제격. 알래스카로 향하는 대형 크루즈 선박과 여객선의 뱃고동 소리가 가슴을 울린다. 테이블 위에 종이를 깔고 푸짐하게 쏟아놓은 게, 조개류를 망치로 깨 먹는크랩 포트(The Crab Pot)’, 크랩 케이크와 신선한 굴로 30년간 사랑받은엘리엇 오이스터 하우스(Elliott’s Oyster House)’, 고소한 피시 앤 칩스를 제공하는아이바 피시 바(Ivars Fish Bar)’가 무난하다.


‘프리몬트 브루잉 컴퍼니’의 청명한 비어 가든. 특유의 향과 맛을 살린 크래프트 맥주로 유명하다.


높은 곳에서 모든 경관을 조망하고 싶다면 시애틀 센터로 향하자. 시애틀의 종합 관광 명소로, 데일 치훌리의 환상적인 유리공예 미술관(Chihuly Garden and Glass),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를 형상화한 팝 컬처 박물관(MoPOP)이 볼거리. 특히 184m 높이의 전망 타워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은 시애틀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UFO 모양 전망대에서 퓨젓만, 올림픽산맥, 레이니어산, 다운타운의 마천루가 한눈에 담긴다. 그 바로 아래층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360o 회전식 레스토랑스카이시티(SkyCity)’. 현지인들의 특별한 데이트 스폿. 지역에서 생산한 해산물 요리를 선보이는데, 이런 뷰 앞에서 뭔들 맛있지 않겠나.


시애틀 최고의 관광 명소, 시애틀 센터 내 미술관 


나른한 오후를 깨우는 커피와 하루를 마무리하는 수제 맥주

시애틀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커피다. 비가 계속되는 날씨는 사람들을 카페로 이끌었고, 엔지니어들이 모인 도시답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에스프레소 머신 개발로 이어졌다. 1971, 커피의 역사를 바꾼스타벅스는 부드럽고 향 좋은 아라비카 원두 전문점으로 시작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1호점에는 오리지널 갈색 사이렌이 그려진 텀블러를 사기 위해 들른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기엔 캐피톨 힐(Capitol Hill)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가 낫다. 커피계의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최상급 원두의 로스팅, 추출, 포장까지 모든 공정을 보여준다. 인근로이 스트리트 커피 & (Roy Street Coffee & Tea)’는 스타벅스가 식상해진 소비자를 의식해 로고를 감추고 운영하는 유니크한 카페. 스타벅스 본사는 다운타운 남쪽 소도(SoDo)에 있다. 붉은 벽돌 본사 안의 세련된 매장에는 안락한 난롯가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정작 시애틀 커피의 자부심은 골목마다 터를 잡은 쟁쟁한 독립 커피들에 있다. ‘커피의 성지와 같은 곳이 저항 정신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캐피톨 힐이다. 커피 농장에서 신선한 생두를 들여와 직접 로스팅, 블렌딩해 각기 다른 섬세한 맛과 향을 강조한다


캐피톨 힐에 들어선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유명한 로컬 브랜드는 1988년 문을 연에스프레소 비바체(Espresso Vivace)’. 창업자 데이비드 쇼머는 잘 추출된 에스프레소에 부드러운 우유 거품을 올려 나뭇잎 모양의 라테 아트를 처음 만들었다. 느낌 있는 오후를 원한다면엘리엇베이 북컴퍼니(The Elliott Bay Book Company)’를 추천. 삼나무 책장 사이로 은은한 커피 향이 스며든 시애틀 최초의 북카페다. 맛있는 맥주 또한 시애틀 여행의 즐거움이다. 시애틀에서 가까운 야키마 밸리에서는 맥주 원료인 홉을 미국 전체 생산량의 70% 이상 생산한다. 워낙 물 맑기로 유명한 지역에, 다채로운 맛을 추구하는 노스웨스트 사람들이 소규모 양조장에 빠진 건 당연해 보인다. 힙한 동네로 각광받는 발라드, 프리몬트, 소도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홉의 향과 맛을 잘 살린 브루펍들을 만난다. 맥주 맛을 몰라도 상관없다. 샘플을 시음하고 주문하자. 접근성이 좋은 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파이크 브루잉 컴퍼니(The Pike Brewing Company)’. 1989년 오픈해 브루펍 문화를 선도했다. 페일 에일, IPA 등 개성 뚜렷한 다양한 수제 맥주를 제공한다. 맥주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과 투어도 마련돼 있다. 트렌디한 칵테일 바와 펍이 밀집된 캐피톨 힐에선엘리시안 캐피톨 힐 브루어리(Elysian Capitol Hill Brewery)’가 유명하다. 20년 넘게 350여 종의 수제 맥주를 공급했다. 피크닉 기분을 내고 싶다면 호수 너머프리몬트 브루잉 컴퍼니(Fremont Brewing Company)’가 좋다. 비어 가든에 앉아 느긋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다 보면 선선한 바람과 청명한 하늘이 맥주에 맛을 더한다.


캐피톨 힐에 들어선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사진_ 민고은

여행 작가. <미국 서부 100배 즐기기>의 저자.

기사제공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http://skynews.kr)

Posted by 대한항공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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