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와 크리스마스의 낭만을 한 번에! <독일>

여행, 어디까지 가봤니? 2017.12.15 17:41

<1434년부터 열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크리스마스 마켓인 드레스덴의 크리스마스 마켓 전경>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어떤 풍경을 낭만적이라 말할 때, 이는 과거의 형태를 한 숭고함, 또는 이와 동일한 고독, 거리감, 호젓함의 잔잔한 분위기가 있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낭만적인 여행지가 어디였는지 묻는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심상은 달리는 기차의 창가 자리다. 도시와 도시 사이의 자연을, 특히 크리스마스의 설렘 가득한 풍광을 달리는 기차에 앉아 감상하는 일은 낭만적이기 그지없다.


<인심이 후한 프랑크푸르트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며 먹을 캔디 쇼핑>

<프랑크푸르트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만난 파이프를 문 독일 전통 수공예 목각 인형, 로이셔만>

<하늘에 닿을 듯 솟은 프랑크푸르트 크리스마스 마켓의 대형 트리>


수줍게 참아온 크리스마스 기분을 한 번에 뿜어내는, 프랑크푸르트

독일의 크리스마스 준비는 크리스마스에서 거꾸로 일요일 다섯 개를 세어 올라가 ‘토텐존탁(Totensonntag, 죽은 자들의 일요일)’부터 시작한다. 달력에서 11월을 뜯어내자마자 크리스마스이브의 파티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에는 수백 년 전 세워진 시계탑과 함께 하늘을 찌르는 빌딩들이 나란히 서 있다. 그중에서도 굵은 판자를 대어 만든 정직한 디자인의 건물로 둘러싸인 프랑크푸르트의 뢰머(Rmer) 시청은 독일에서 가장 예쁜 시청으로 손꼽힌다. 시청 앞 광장 마켓에서 야구공만 한 ‘슈니발렌(Schneeballen, 독일 전통 과자)’과 글뤼바인(Glhwein, 각종 과일과 함께 뭉근하게 끓인 와인)을 양손에 각각 쥐고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을 시작했다.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의 최대 장점은 바로 에르츠산맥에서 수백 년 전부터 만들어온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크리스마스 장식이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졌기에 마켓 물건의 질이 수준급이다. 가장 마음에 든 것은 향담배를 피우는 아저씨 인형, 로이셔만(Ruchermann)이다. 호두까기 인형과 비슷하지만 호두까기 인형은 주로 왕이나 귀족 모습으로 만드는 데 비해 로이셔만은 광부나 굴뚝 청소부 등 서민의 형상을 하고 있어 정겹다. 소나무, 백단, 생강 과자 향이 나는 향초에 불을 붙이면 인형의 열린 입 밖으로 연기가 나오는데, 실제 곰방대를 물고 담배를 피우는 것 같은 모습이 유쾌하다. 인형이 캐리어 안에서 한 달 동안을 버텨줄까 하는 생각에 여러 번 들었다 놨다 고민하다 끝내 두고 온 것이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독일에서 가장 성대한 마켓 중 하나로 꼽히는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


<두 손으로 들고 먹어야 할 정도로 도톰한 쿠키로 더욱 즐거운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 나들이>


별명 많은 예쁜 그녀,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 

뉘른베르크는 명예롭지 않은 경력이지만 가장 독일다운 도시라는 이유로 히틀러가 나치의 전당대회를 열었던 곳이다. 왠지 모를 딱딱한 선입견은 기차역을 벗어나는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 높이 쌓아 올린 듬직한 카이저부르크(Kaiserburg) 성벽 안의 이 도시는 애지중지 키워 곱게 자란 아가씨 자태가 흐르는, 한없이 예쁜 곳이다. 독일 관광청이 ‘제1호 크리스마스 도시’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부여했을 정도로 성탄 축하 분위기가 남다르다. ‘뉘른베르크 구유의 친구들 연합’이 주관해 뉘른베르크 학생 1,500명이 손수 만든 등을 들고 성까지 행진하는 ‘랜턴 행군’과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한다. 

‘나무와 천으로 만든 작은 마을’이라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별명에 걸맞게 구시가지 크리스마스 마켓의 나무 오두막 180여 채는 빨갛고 하얀 줄무늬 천으로 덮여 있다.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 의회는 매우 엄격하여 플라스틱으로 만든 트리 장식, 대량 생산하는 장난감, 녹음한 크리스마스 음악 일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두 손으로 그린 마켓 간판을 세우며, 교회 앞 합창단이 부르는 캐럴에 발을 맞추며 구경한다. 뉘른베르크 시에서는 1981년부터 해마다 가판 상점 세 곳을 뽑아 금·은·동 ‘자두 사람’ 상을 수여하기 때문에 구시가지 크리스마스 마켓의 가판 상점들은 꾸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자두 사람은 누군가 우연히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한 것이 인기를 끌어 곧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의 대표 상품이 되었는데, 이쑤시개로 자두 몇 개를 조립해 옷도 입히고 모자도 씌운 모습이 참 귀엽다. 

그보다 더 군침을 돌게 하는 것은 납작한 직사각형 생강 과자 ‘레브쿠헨(Lebkuchen)’이다. 예쁜 양철 상자에 담긴 고급 레브쿠헨을 파는 제과점들은 문 밖까지 줄을 서야 구경이라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단한 레브쿠헨도 먹어보지는 못하고 기념품으로만 사 갈 수밖에 없었는데, 뉘른베르크에서 나는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소시지와 맥주로만 해결했기 때문이다. 그 윤기 나는 껍질이 숯불 위에서 갈라지며 내는 타닥거리는 소리와 자글대는 기름 냄새를 거부할 길이 없다. 통통한 손가락만 한 뉘른베르크 소시지는 크기는 작지만 세 개씩 얹어 주는 인심에 양은 충분하다. 소시지엔 역시 맥주! 아침엔 자제했지만 정오가 지나기 무섭게 뉘른베르크 소시지와 라들러(Radler, 맥주에 레몬이나 라임 소다를 섞은 것) 한 병을 장착하고 다녔으니 이 중독적인 맛을 어찌 설명할까! 뉘른베르크에서는 매일 밤 자두 사람들과 라들러 파티를 여는 꿈을 꾸었다. 


<434년부터 열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크리스마스 마켓인 드레스덴의 크리스마스 마켓 전경>


<드레스덴의 크리스마스 전통 빵, 슈톨렌>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드레스덴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Shutterstock_cge2010>


밤에 보면 더 예쁜, 드레스덴의 크리스마스  

낮의 기차보다 밤의 기차가 훨씬 더 낭만적이다. 아직 가스등을 쓰는 걸까 궁금하게 만드는 노란 불빛으로 가득한 창밖 풍경은 두어 가지 색의 흔들림뿐인데도 말이다. 덜커덩거리는 기차 소리와 기분 좋게 흔들리는 움직임, 불편하게 몇 줄 읽다 덮을 정도의 밝기만 제공하는 머리맡 조명 아래 책을 읽거나 흐릿한 창밖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다. 

드레스덴 크리스마스의 백미는 ‘슈톨렌(Stollen)’이다. 슈톨렌은 견과류와 건포도, 레몬 등 말린 과일이 듬뿍 들어 있는 긴 빵으로 14세기부터 구웠다고 한다. 포대기에 싸인 아기 예수의 모습을 형상화한 빵이다. 드레스덴은 세계에서 가장 큰, 무려 4t에 달하는 슈톨렌을 굽는 ‘슈톨렌 페스티벌’로 크리스마스 마켓의 문을 연다. 츠빙거(Zwinger) 궁의 정원에서 이 도시의 유서 깊은 빵집 주인 수백 명이 모여 큰 슈톨렌을 함께 구운 다음 그 무게를 발표하고 마차에 빵을 싣고 시장 광장까지 행진을 한다. 종착점인 구시가지 크리스마스 마켓에 도착해서는 매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하는 ‘슈톨렌 아가씨’와 함께 특별히 제작된 ‘슈톨렌 나이프’로 커팅을 하는데, 촉촉한 슈톨렌을 동네 사람들끼리 오붓하게 나눌 때 드레스덴 성탄의 종이 울린다.

슈톨렌 외에도 브라트아펠(Bratpfel, 구운 사과), 게브란트 만델른(Gebrannte Mandeln, 구운 아몬드), 마로넨(Maronen, 군밤)과 같은 먹거리가 지천이다. 이뿐이랴, 독일의 크리스마스 만찬 메뉴는 굉장하다. 새끼 돼지 요리, 쌀 푸딩, 흰 소시지, 마카로니 샐러드, 그리고 각종 지역 특산 요리들로 크리스마스이브를 나고,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잘 익은 거위 구이로 배를 채운다.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를 ‘뚱뚱한 배’라는 뜻의 ‘딕바우흐(Dickbauch)’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이날 잘 먹지 않은 사람들은 밤에 귀신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귀신이 무서워 배불리 먹는다며 둘러대기 딱 좋은 핑곗거리다. 

여태까지 여러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슈톨렌을 보았지만 꿋꿋이 드레스덴에 가서 먹겠다며 손에 쥐어주는 것마저 밀어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1434년부터 열린 독일 최고(最古)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슈톨렌을 마주하니 두근거렸다. 파우더 슈거를 엄지와 검지로 두어 번 털어내고 살짝 물으니 슈톨렌에 마지막까지 붙어 있던 파우더가 녹으며 달콤한 첫인사를 건넨다. 폭신한 빵과 새콤달콤한 건포도의 맛이 그 뒤를 따른다. 다른 곳에서 먹었어도 맛의 차이가 엄청나지는 않았겠지만, 150명의 드레스덴 제빵사들만 구울 수 있다는 드레스덴의 슈톨렌 한 덩이를 품에 안고 먹는 기분은 특별했다. 


<눈송이보다 큼직한 별들로 꾸며진 쾰른의 크리스마스 마켓, ‘천사의 시장’>


<아이들의 두 볼을 발갛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쾰른 크리스마스 마켓의 맛있는 온기>


<쾰른 성당 앞 마켓에서는 성당 모티브의 다양한 물건을 판매한다>


견고하면서도 섬세한 반전의 도시, 쾰른의 크리스마스 

쾰른 여행은 쾰른 성당에서 시작하고 쾰른 성당에서 끝난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632년이나 걸려 완성된 독일 최고의 이 성당은 도시를 상징하는 것을 넘어 쾰른을 정의한다. 뾰족하게 솟은 고딕 양식의 정점에 있는 이 건축물은 쌍둥이 뿔을 달고 도깨비 같은 얼굴로 나를 맞았다. 안 그래도 칙칙한 날씨 탓에 어둑하고 스산한 느낌의 성당은 가시가 잔뜩 돋친, 태어나 한 번도 안 씻은 고슴도치 같아 보였다. 성당 말고는 볼 게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그 존재감이 어마어마하지만, 잠시 성당에서 눈을 돌려 쾰른을 돌아보면 섬세한 반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부덴(Buden)’이라 부르는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가판 상점에서는 쾰른 성당이 그려진 법랑이나 머그컵을 볼 수 있다. 구시가지 크리스마스 마켓은 쾰른 최대의 성탄 축제 장소다. 다른 마켓과는 각자 판매하는 컵의 디자인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구시가지 마켓 머그컵에 그려진 작은 요정은 마켓 이름의 기원이 된 귀여운 존재들이다. 독일 전설에 따르면 이 땅속 집 요정이 쾰른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도맡아 했다고 한다. 요정들은 쾰른 사람들이 모두 잠들었을 때만 일을 했는데, 호기심을 참지 못한 한 아낙네가 자기 전 바닥에 콩을 뿌려놓아 요정들이 우당탕탕 미끄러지는 바람에 정체가 들통 났고, 화가 난 요정들은 그 후로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 쾰른 마켓은 쾰른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독일어로 크리스마스는 ‘바이나흐텐(Weihnachten)’으로 ‘성스러운 밤’이라는 뜻이다.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열매처럼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린 별 장식의 ‘천사 마켓’은 성스러운 저녁을 기다리는 지상 낙원이다. 천사들이 마켓을 배회하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직접 그렸다고 믿기 어려운 크리스마스카드와 이듬해 달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엇이든 다 튀겨주겠어!’ 하고 작정한 듯한 큰 기름통에 바나나, 딸기 등 뭐든지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먹음직스러운 튀김옷을 입는다. 그중 모양은 알아볼 수 없게 되어도 맛으로는 일등인 것이 사과 튀김이다. 오동통한 피클과 따뜻한 사과 소스까지 얹어 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쾰른에서 나는 마켓에서 마켓으로 옮겨 다니며, 노릇한 사과 튀김과 손안에서 천천히 녹는 초콜릿, 금보다 빛나는 크리스마스 조명으로 무채색의 쾰른에 색을 입혔다. 


글·사진 맹지나

여행 작가, 작사가. <이탈리아 카페 여행> <크리스마스 인 유럽> <그리스 블루스> <그 여름의 포지타노> <바르셀로나 홀리데이> <프라하 홀리데이> <포르투갈 홀리데이> 등 다수의 유럽 관련 여행 서적의 저자.


· 기사 제공: 대한항공 스카이뉴스(http://sky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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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프랑크푸르트 주 7회 매일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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