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낯선 도시와 사랑에 빠지게 하는 달달한 한 입

여행, 어디까지 가봤니? 2017.11.09 11:06

비엔나, 낯선 도시와 사랑에 빠지게 하는 달달한 한 입 

클래식의 고향답게 공원도 남다르다. 

높은음자리표 모양으로 심은 꽃과 모차르트 동상으로 유명한 부르크 정원. 

근에 ‘카페 센트럴’이 있다. 


 녀가 사랑에 빠지는 데 필요한 시간이 0.2초에 불과하다면 낯선 도시와 사랑에 빠지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한 시간? 하루? 비엔나를 여행하며 답을 알았다. 처음 만난 도시에 반하는 데는 클래식한 카페에서 향긋한 커피 한 모금 머금거나, 달콤한자허토르테한 입을 베어 물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시간을 초월한 클래식 카페에서 맞는 아침

(좌)양복에 나비넥타이를 맨 웨이터는 비엔나 클래식 카페의 아이콘이다.

(우)든든한 아침을 열어주는 '카페 센트럴'의 조식메뉴


 일요일 아침, ‘빈 소년 합창단이 성가대로 참여하는 호프부르크 왕궁 예배당 미사에 들렀다가카페 센트럴(Cafe Central)’로 향했다. 합스부르크가의 왕궁인 호프부르크와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 센트럴은 1876년 문을 연 곳이다. 프로이트, 트로츠키, 스탈린, 히틀러 등 역사적인 인물들의 사랑을 받아온 카페이기도 하다. 카페 입구에서 웨이터보다 페터 알텐베르크(Peter Altenberg) 인형이 먼저 손님을 맞았다. 페터 알텐베르크는 문턱이 닳도록 카페 센트럴을 드나들었던 시인. 당시 카페에는단골의 지정석이란스탐티슈(Stammtisch)’ 문화가 있어 오래 있어도 눈치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한 배려로 커피를 주문하면 물 한 잔과 초콜릿을 내줬는데 이것이 비엔나 카페 문화로 자리 잡았단다. 


 안으로 들어서자 나무 마룻바닥, 토네트(Thonet) 의자, 대리석 테이블, 외투를 걸어둘 수 있는 옷걸이, 도서관에서나 볼 법한 나무 봉으로 된 신문철 등 고전적인 인테리어가 펼쳐졌다. 청명한 아침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에 앉아 젬멜, 크루아상, 삶은 달걀이 함께 나오는 아침 메뉴를 주문했다. 얼마 후 푸짐한 아침 식사가 테이블에 놓였다. 여행지에선 알람시계도 없이 잘 깨어나곤 한다. 아무리 침대가 포근해도 진한 커피를 곁들인 아침 식사를 떠올리면 눈이 번쩍 떠진다. 아침부터 카페 산책에 나서길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비엔나만큼 완벽한 도시도 없다. 일찍 문을 여는 카페가 많기 때문. 그것도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클래식 카페들이다

 

가을에는 밤이 들어간 디저트도 인기다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은 카페에서 작품을 구상하고 예술을 논하며 카페 문화를 꽃피웠다. 지금도 비엔나 사람들은 카페에서 신문을 읽으며 모닝커피를 마시곤 한다. 마치 19세기 음악가들이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하며 악상을 떠올렸듯이.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고유 문화를 이어온 비엔나의 카페는 2011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런 클래식 카페들은 대부분링 도로주위에 모여 있어 찾기도 쉽다. 링 도로는 19세기 말 합스부르크가의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성벽을 허물고 만든 순환도로다. 이 둥근 도로를 따라 오페라 극장, 호프부르크 왕궁, 시청 등 명소가 포진해 있는데 그중에는 소장품의 명성만큼이나 웅장하고 장엄한 분위기의 카페로 유명한빈 미술사 박물관도 있다.

 구름 같은 거품을 올린 커피를 천천히 음미하며 빈 소년 합창단의 청아한 목소리를 떠올려보았다. 하루의 시작으로 더할 나위 없는 순간이었다. 


비엔나커피? 비너멜랑쉬!

(좌) 에스프레소 위에 휘핑크림을 듬뿍 올린 커피, ‘아인슈페너’. 

우리에게는 ‘비엔나커피’로 알려져 있다.

(우) ‘카페 센트럴’ 앞으로 오스트리아의 명물 마차 ‘피아커’가 지나고 있다


 엔나에는비엔나커피가 없다. 비엔나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는비너멜랑쉬(Wiener Melange)’로 우유를 넣은 커피에 우유 거품을 살포시 올리는 비엔나 스타일 카페라테를 말한다. 비너멜랑쉬에 우유 거품 대신 휘핑크림을 얹으면프란치스카너(Franziskaner)’가 된다. 우리에게 비엔나커피로 알려진 커피의 정식 명칭은아인슈페너(Einspanner)’! 아인슈페너란한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라는 뜻으로 에스프레소 위에 휘핑크림을 듬뿍 올린 커피. 그런가 하면피아커(Fiaker)’라는 커피는 삯마차인 피아커를 몰던 마부들이 즐겨 마시던 커피로 에스프레소에 럼주나 브랜디를 넣는다. 오렌지 리큐어를 넣은 더블 에스프레소에 휘핑크림을 듬뿍 올린 화려한 커피의 이름은마리아 테레지아. 블랙커피를 마시려면 독일어로 검다는 뜻의슈바르처(Schwarzer)’를 주문해야 한다. 이렇게 비엔나 카페에는 커피 종류만 수십 가지가 있다.


 “비엔나에서 제일 맛있는 비너멜랑쉬를 맛보려면란트만(Landtmann)’으로 가라는 얘기를 몇 번이나 들었다. 비너멜랑쉬로 유명한 란트만은 1873년 오픈 이래 손님이 끊이질 않는 144년 된 노장 카페다. 시청과 국회의사당 맞은편, 부르크 극장 옆이라는 위치적 특성상 정치인과 배우들이 즐겨 찾는데, 대통령도 매년 여기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연다. 란트만을 거쳐 간 단골 중에는 심리학자 프로이트,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도 있다

부르크 극장 옆 ‘카페 란트만’은 비엔나에서 ‘비너멜랑쉬’가 제일 맛있기로 정평이 나 있다


 비너멜랑쉬를 마시기 위해 란트만에 간 날은 마침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47년간 살던 집을 개조한 기념관에 다녀온 후였다. 프로이트의 지정석은 어디였을까 두리번거리다 자리를 잡고 메뉴를 펼쳤다. 커피는 생각할 것도 없이 비너멜랑쉬, 커피에 곁들일 디저트는 고민 끝에아펠슈트루델(Apfelstrudel)’을 택했다. 아펠슈트루델은 반죽을 돌돌 말아 구운 페이스트리 안에 설탕에 졸인 사과를 넣은 달콤한 빵으로 큼직해서 요깃거리가 된다.

 비너멜랑쉬 한 모금, 아펠슈트루델 한 조각의 기쁨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봤다. 여느 카페보다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이들이 많았다. 커피를 마시며 서류에 몰두한 이도 눈에 띄었다. 오래전 프로이트도 여기서 연구 자료와 사람들을 번갈아 보며 자신의 이론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했을 것이다. 문득, 그가 남긴 말이 떠올랐다.인간답게 사는 데에 필요한 것은 아주 간단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할 일, 이 두 가지뿐.”

 

달콤한 디저트가 생각나는 오후엔, 카페 자허 

 

(좌) ‘카페 슈페를’. 밤의 카페 창가에 홀로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진 여인

(우) 극강의 달콤함을 선사하는 디저트, ‘카페 자허’의 ‘자허토르테’. 

무가당 생크림을 곁들여야 더 맛있다


 피보다 달콤한 디저트에 방점을 찍는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카페 자허. 카페 자허는 비엔나 사람들이 사랑하는자허토르테(Sacher-Torte)’를 하루 3천 개 이상 만드는 곳. 자허토르테란 촉촉한 초콜릿 스펀지 사이에 살구잼을 켜켜이 바르고 다크 초콜릿으로 코팅한 케이크로 자그마치 34단계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대부분의 카페에서 자허토르테를 맛볼 수 있지만 원조는 카페 자허다. 그 맛을 직접 맛보기 위해 찾은 카페 자허 안은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겨우 자리를 잡고 커피와 디저트를 시켰다. 과연, 원조 자허토르테의 맛은 초콜릿의 달콤 쌉싸름한 맛과 살구잼의 앙상블이 환상적이었다. 여기에 무가당 생크림까지 살짝 올려 맛보니 그동안 쌓인 여행의 피로가 단번에 사르르 녹는 듯했다. 호기심으로 주문한 에스터하지 케이크의 맛도 기대 이상. 카페를 나설 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역시, 오길 잘했어하는 회심의 미소.

 

영화처럼 달콤한 비엔나의 밤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결정적 배경이 된 장소인 ‘카페 슈페를’에서 

느긋하게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비엔나 거리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카페들은 환하게 불을 밝힌다. 마치 비엔나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의 한 장면처럼. <비포 선라이즈>의 결정적 배경이 된 장소는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카페 슈페를(Caf Sperl)’이다.셀린이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는 상황극을 통해 기차에서 처음 만난 남자를 좋아하게 됐다고 고백하던 바로 그 장소다. 1880년 오픈 이래 같은 자리에서 성업 중이다.


도시의 공기에 깃든 커피 향은 잠든 감성을 깨우고 돋워 

문화와 예술이 열매 맺게 하는 든든한 밑거름이 된다. 

ⓒShutterstock_HERACLES KRITIKOS


 직접 가보니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아늑한 카페에는 여행객보다 현지인들이, 커플보다 홀로 온 손님이 많았다. 그들은 혼자 커피나 와인을 마시며 책을 읽거나 악보를 그리며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와인을 홀짝이며 수첩과 엽서를 꺼내 끄적였다. 그 순간 비엔나의 카페에서 보낸 시간들이 오래도록 생각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비엔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그들의 문화를 마시는 것이니까.

 


 글·사진_ 우지경

여행지의 풍경은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음미할 때 더 아름답다고 믿는 여행 작가. <포르투갈 홀리데이> <오스트리아 홀리데이> <홍콩 홀리데이> <타이완 홀리데이> 등 다수의 여행 가이드북의 저자.


· 기사 제공: 대한항공 스카이뉴스(http://sky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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