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바다에 맞서 일상에 낭만이 흐르게 하다 암스테르담

여행, 어디까지 가봤니? 2017.08.01 17:26

 

   

 

영화 <안녕, 헤이즐>의 ‘헤이즐’과 ‘거스’는 암스테르담으로 여행을 떠난다. 암 투병 중인 두 주인공의 힘든

 

여정과는 달리 도시는 두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준다. 안네 프랑크의 집에서 사랑을 확인하고 느릅나무 아래

 

벤치에서 서로를 깊이 알아간다. 만약 암스테르담의 운하를 따라 걷는다면 왜 영화가 이 도시를 배경으로

 

삼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곳에서라면 이들처럼 보통의 날들이 행복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165개의 수로를 타고 흐르는 일상의 낭만

 

 

네덜란드에는 지표면이 해수면보다 낮아 홍수나 해일 피해가 큰 지역이 26%나 된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이

 

동화 <한스 브링커(Hans Brinker)>를 탄생시켰다. 제방에 난 구멍을 막아 마을을 구한 소년의 이야기다.

 

사실 이 내용은 실화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재해를 막기 위해 만든 댐은 어린아이의 팔로 막기엔 불가능한

 

크기로, 이야기에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친 바다에 맞서 삶의 터전을 개척한 그들의

 

숭고한 삶을 잠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암스테르담은 암스텔 강 하류에 둑을 쌓아 만든 간척지다. 운하는 질척한 땅에서 물을 빼기 위한 배수 시설로

 

도시 곳곳에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얽혀 있다. 침수 피해를 막는 165개의 수로로 인해 안정화된 암스테르담

 

사람들의 생활상은 여행자들에게 하나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약한 지반 탓에 낮게 다닥다닥 이어진 건물들,

 

금방이라도 동화 속 소녀가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 것만 같은 삼각형 지붕 아래 다락방들, 운하를 따라 보트를

 

타거나 친구와 물가에 앉아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

 

 


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의 시작이 그러하듯 암스테르담 여행도 운하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항에서 20분이면 도착하는 중앙역에서 나와 아무 물길이나 따라가자. 운하를 따라 이어진 예쁜 풍광과

 

줄줄이 이어지는 관광 명소 덕에 하루 종일 걷고 싶어질 것이다.


여러 명소 중에서도 운하 특유의 고전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마헤레 다리(Magere Brug)

 

빼놓을 수 없다.

 

1671년에 지어진 이 다리는 큰 배가 지나갈 때 다리 상판을 들어 길을 터주는 개폐식이다.

 

다리 폭이 늘씬해 ‘스키니 다리’라는 별칭이 붙었다. 목조 다리가 가볍게 하늘로 들릴 때는 동네 꼬마들과

 

여행자들이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지르기도 한다. 강가에서 보는 다리 풍경은 마치 고흐의 작품 ‘아를의

 

'도개교’를 연상케 한다. 고흐는 아마도 작품의 탄생지인 프랑스 아를의 다리를 보며 고향인 암스테르담을

 

떠올렸을 것이다. 마헤레 다리는 밤에 가서 볼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말 그대로 다리를 따라 도열된

 

200개의 전구가 빛나고 있다. 텅스텐 전구의 주황빛이 잔잔히 흐르는 물결을 물들여 따스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을 스케치하듯 둘러보고 싶다면 운하 투어가 제격이다. 중앙역에서 중앙광장 쪽으로

 

걸어가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각양각색의 운하 투어가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운하 투어는 시내의 수로를 훑어가며 한 시간 정도 이루어지는데, 그중에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는 투어도 있으니 잘 골라보자.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저녁 시간의 투어를 한 번 더 하는 걸

 

추천한다.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이 가득한 암스테르담의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밤 풍경을 두 눈 가득 담아갈

 

수 있다.  

 

 

네덜란드 회화의 거장을 만나다 

  

17세기 네덜란드는 무역을 통한 물질적 풍요를 바탕으로 황금시대를 누렸다. 경제적 번영과 함께 예술 활동도

 

활발해졌지만 유럽 전역에서 유행한 르네상스 미술과는 달랐다. 신화나 성서 이야기 대신 부유한 상인의

 

초상이나 시민의 일상생활을 그리는 상업 미술이 발달했던 것.

 


이런 경향의 네덜란드 회화의 대표적인 예술가는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 van Rijn, 1606~1669).

 

인간의 영혼을 그리는 초상화가로 부를 축적한 그는 당시 부촌이었던 요덴브레이스트라트(Jodenbreestraat)

 

집을 샀으나 20년 정도 살다가 말년에 파산에 이르러 쫓겨났다.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이곳은 현재

 

‘렘브란트 하우스 박물관’으로 변신해 그의 작업실을 비롯해 200여 점의 판화, 소묘 작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렘브란트의 주요 작품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대표작인 ‘야간 순찰’은 시민 민병대의

 

단체 초상화다. 일렬 배치로 그리던 동시대 그림과 달리 다양한 회화적 구도로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빛과 어둠으로 만든 뛰어난 공간감은 관람자마저 대장의 출정 명령을 기다리는 대원으로 만드는 듯하다.


예술 기행을 한다면 국립미술관 앞 공원에 위치한 반 고흐 미술관도 반드시 들러야 한다. ‘살아 있는 동안

 

단 한 점의 그림을 팔았을 뿐’이라는 네덜란드의 대표 인상파 화가인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비운과는 달리, 1973년 문을 연 반 고흐 미술관은 매년 15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모던함이 강조된 본관 1층과 2층에는 200여 점의 회화 작품이, 3층엔 500여 점의 소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객이 화풍의 변화를 이해하도록 생애 흐름대로 작품을 배치했다. 먼저 초기 작품인 ‘감자 먹는

 

사람들’을 주목해보면 고흐를 ‘색의 마술사’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낯설 정도로 어두운 색채를 띠고 있다.

 

고된 노동자의 삶을 그린 이 그림은 고흐 자신이 “최고의 걸작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아끼는

 

작품이었다. 그랬던 그가 ‘별이 빛나는 밤’이나 ‘해바라기’ ‘아를의 도개교’와 같은 밝은 화풍으로 바꾼 이유는

 

뭘까? 1886년 네덜란드에서 파리로 이주한 뒤 인상주의 화가들의 영향을 받아 화려한 색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후반 관람에서는 그가 생의 마지막에 그린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눈에 띈다. 바람에 일렁이는

 

밀밭과 곧 폭풍을 몰고 올 듯한 먹구름이 그의 심적 고통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곳에는 그림 외에도

 

그의 조력자였던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를 포함한 750여 점의 개인 기록과 미디어 전시가 마련되어 있어

 

작품을 넘어 화가 개인의 삶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현장에서 입장권을 구입하려면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리니 인터넷으로 예매하는 편이 좋다는 것. 한국어 멀티미디어 가이드도 대여 가능하니

 

참고하자.  

 

    

  

마켓보다 많은 박물관  

 


암스테르담은 전 세계에서 면적당 박물관이 가장 많은 도시다. 그런 만큼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주제도

 

다양한데 ‘운하’나 ‘치즈’ ‘다이아몬드’ 등 독특한 주제의 박물관들이 여행객에게 인기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튤립 박물관은 16세기 오스만제국으로부터 선물 받아 네덜란드 국화(國花)가 된 ‘튤립’을

 

주제로 꾸몄다. 튤립의 역사와 재배 방법을 전시한 박물관 지하에서는 튤립 한 송이에 집 한 채 값을 호가하던

 

‘튤립 투기 사건’의 전말도 만날 수 있다. 1층에서는 기념품과 구근을 판매하는데 만약 ‘렘브란트 튤립’이

 

있다면 구입해보길 추천한다. 색이 뚜렷하고 병충해에 강해 귀한 품종으로, 키우는 동안 지난 여행을 곱씹어볼

 

수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튤립 박물관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안네 프랑크 박물관이 나온다.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안네의 가족이 숨어 살던 은신처이자 <안네의 일기>가 탄생한 곳이다. 70개국 언어로 번역된 만큼 전

 

세계 여행자들이 역사의 현장을 목격하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75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안네의

 

일기> 원본은 물론, 당시 숨어 지내던 비밀 별채도 관람할 수 있다. 회전식 책장 뒤 비밀 통로부터 시작되는

 

은신처를 당시 모습 그대로 복원해두었다. 안네 프랑크 박물관 입장권은 반드시 인터넷으로 예매해야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 30분까지 인터넷 예매자만 입장 가능하며 현장 구매자는 그 이후에 입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


암스테르담을 가장 효율적으로 여행하려면 자전거만 한 것이 없다. 지하철과 트램이 시내 구석구석을

 

달리지만, 관광지끼리 밀집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가깝고 걸어가긴 멀다. 인구 1,600만 명에

 

자전거가 1,700만 대인 도시답게 한국처럼 ‘보행자 우선’이 아닌 ‘자전거 우선’이라 도로나 건널목에서

 

자전거보다 먼저 지나가려고 시도했다간 네덜란드어로 야단맞기 십상이다. 그러니 자전거를 대여해 도로

 

위 최우선 순위가 되어 달려보자. 마음에 드는 상점에 들르거나 운하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쉬어도

 

좋겠다.


특별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운하 가장자리에 떠 있는 보트하우스 호텔을 이용해보자. 땅이 좁은 탓에

 

집값이 비싸다 보니 화물선을 개조해 만든 주택이다. 보트하우스라고는 하지만 침실과 화장실, 샤워실까지 다

 

갖추고 있다. 이 호텔의 매력은 갑판에서 감상하는 운하 풍경이다. ‘하우스 보트 호텔’ 사이트

 

(www.houseboathotel.nl)에서 예약할 수 있다.

 

 

 

글·사진 송윤경

  

   여행 작가. 세계 150여 개의 크고 작은 마을을 꼼꼼히 여행했다. <셀프 트래블 이탈리아>의 저자.

 

* 출 처 : Skynews 4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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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대한항공_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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